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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은 구원의 길인가, 또 다른 감옥인가(Is Belief a Path to Salvation, or Another Prison?)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

신념은 구원의 길인가, 또 다른 감옥인가 저는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보면서 단순히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신의 이름을 외치며 죽고 죽였는지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칼과 방패보다 무서운 건 사람을 움직이는 신념이라는 걸 느껴서 이 글을 써보았습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전쟁의 잔혹함이 아니라, 신념이 인간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십자군은 “예루살렘은 신의 도시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살라딘 또한 “알라의 의지”를 말하며 전쟁을 정당화했습니다. 서로 다른 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이유로 싸운 것입니다. 신념은 그들에게 힘이 되었지만, 동시에 눈을 가리는 가면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까지 종교를 숭배하는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한 세계 속에 살았고. 죽음, 고통, 불평등 같은 문제 앞에서, 종교와 신념은 답을 줍니다. 믿으면 두려움이 줄어들고, 불합리한 현실도 설명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을 택하고, 그 신념에 매달립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신념이 한계를 넘어설 때입니다. 신념은 인간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서로 죽이게도 만듭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 모습을 자주 봅니다. 예를 들어, 일부 종교 단체가 팬데믹 시기에도 “신이 지켜주신다”며 방역을 거부했던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 신념은 믿는 자에게 위로가 되었겠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종교만이 아닙니다. 정치적 이념, 학벌, 심지어는 ‘애국심’이라는 이름까지도 신념처럼 숭배됩니다. 그리고 그 신념이 도덕보다 앞설 때, 인간은 언제든 타인을 희생시키는 괴물이 됩니다. 영화 속 발리앙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루살렘은 돌과 흙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지킨다면 신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저는 이 말이 종교와 신념의 본질을 꿰뚫는다고 생각합니다. 신은 결국 인간이 만든 상징이고, 진...

진실보다 체면을 선택한 사회(A Society That Chooses Reputation Over Truth) 까라마조프의 형제들(The Brothers Karamazov)

줄거리 요약 영화는 19세기 러시아의 한 가문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까라마조프 집안의 아버지 표도르 까라마조프 는 방탕하고 탐욕스러운 지주로, 재산과 쾌락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의 세 아들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 끊임없이 갈등을 빚습니다. 드미트리(맏아들) :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을 지닌 군인으로, 아버지와 재산 문제로 갈등합니다. 동시에 아버지가 탐내는 여인 그루셴카 를 사랑하게 되면서 부자 간의 대립은 더욱 심화됩니다. 이반(둘째 아들) : 지적이고 회의적인 성격으로, 신의 존재와 인간의 자유를 철학적으로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도덕과 신앙의 문제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죄의식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알료샤(셋째 아들) : 순수하고 신앙심 깊은 수도승으로, 형제들 사이에서 화해와 구원을 찾으려 하지만 현실의 잔혹함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가족 내 갈등은 결국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드미트리가 아버지 살해 혐의를 받아 체포되는데, 실제로는 집안의 사생아 스메르쟈코프 가 범행을 저지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며 이반의 회의와 내적 갈등을 자극해 죄책감을 떠넘깁니다. 결국 드미트리는 무고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습니다. 알료샤는 끝까지 형의 곁을 지키며 신앙과 사랑으로 희망을 찾으려 하지만, 영화는 완전한 구원보다는 인간의 죄와 고통을 안은 채 열린 결말로 끝납니다. 진실보다 체면을 선택한 사회 드미트리가 죄 없이도 범인으로 몰리는 장면은 한국의 삼례 나라슈퍼 사건 같은 억울한 누명과 겹쳐 보였고, 그래서 “정의는 정말 진실을 담보하는가?”라는 의문점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살아왔습니다. 영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보면서 저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쉽게 죄와 욕망에 사로잡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잔혹한 현실을 만들어내는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버지 표도르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

금으로 산 면죄, 피로 지킨 신념(Gold Bought Indulgences, Blood Kept Convictions) movie: 루터(Luther)

영화 **《루터(Luther, 2003)》**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일대기를 다룬 역사 드라마입니다. 이야기는 16세기 초, 독일의 젊은 수도사 루터가 폭풍 속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려주신다면 수도사가 되겠다”는 서약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에르푸르트 수도원에 들어가 신앙과 성경 연구에 몰두하지만, 교회가 가르치는 구원 방식과 실제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사이에서 깊은 회의를 느낍니다. 특히, 로마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 와 같은 부패한 관행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에 루터는 1517년, 비텐베르크 성 교회 문에 자신의 신학적 문제제기를 담은 95개조 반박문 을 게시합니다. 그는 오직 믿음으로, 그리고 성경을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교황과 성직자들의 권위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설교합니다. 이 행동은 유럽 전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루터는 종교재판에 회부됩니다. 그는 **보름스 회의(Diet of Worms)**에서 자신의 신념을 철회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며, “나는 여기 서 있습니다. 나는 달리 할 수 없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결국 루터는 파문당하고 법적으로 추방당하지만,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의 보호를 받으며 은신합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 해 평범한 사람들도 읽을 수 있게 만들고, 이는 유럽 전역에 신앙의 대중화를 촉발합니다. 영화는 루터가 끝까지 신념을 지키며, 종교개혁의 불씨를 지펴 나가는 모습을 담으며 마무리됩니다. 금으로 산 면죄, 피로 지킨 신념 영화 〈루터〉는 한 개인의 신앙적 결단이 거대한 제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루터는 교회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며, 성경의 진리를 대중에게 공개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숨기지 않았고, 권위 앞에서도 “나는 양심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는 배척과 위협,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며, 양심이 언제나 환영받는...

전쟁에서 인간으로 남는 법(Staying Human in a Time of War) 핵소 고지 (Hacksaw Ridge)

《핵소 고지 (Hacksaw Ridge)》 줄거리 요약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 인물인 **데스몬드 도스(Desmond Doss)**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는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총기를 들지 않고 전쟁터에 나간 최초의 미국 군인입니다.어린 시절, 형과 싸움을 하던 중의 사건으로 인해 ‘절대 남을 해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게 된 데스몬드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로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철저히 지키며 자랍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 이후 그는 조국을 위해 참전하기로 결심합니다. 다만 그는 군대에서 총을 들지 않고, 생명을 구하는 의무병으로 복무하겠다고 합니다. 입대 후 그는 총기 훈련을 거부한 이유로 군 내에서 조롱과 폭력, 심지어 군사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전장에 투입됩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일본 오키나와 전투의 핵소 고지(Hacksaw Ridge) 장면입니다. 미군은 가파른 절벽 위의 일본군 진지를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많은 병사들이 희생됩니다. 이때 데스몬드는 포화 속에서 총 한 발 없이 수많은 부상병을 구조하며 75명을 살려냅니다. 그의 용기와 헌신은 마침내 동료들과 상관들의 인정을 받게 되고, 그는 미군 역사상 최초로 무기를 들지 않은 채 명예훈장을 받은 인물로 기록됩니다. 전쟁에서 인간으로 남는 법 저는 영화 《핵소 고지》를 보고 ‘양심’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겁고도 외로운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데스몬드 도스라는 인물은 전쟁이라는 이름의 집단적 폭력 앞에서, 오히려 더 인간다웠습니다. 모두가 당연히 총을 들고 죽이러 나갈 때, 그는 사람을 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너무 간단했지만, 그 말을 지키기 위해 그는 끝없이 조롱당하고 위협받고 결국 전장 한가운데로 내던져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며 이런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왜 양심을 지키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가. 왜 진실을 말하고, 죽이지 않겠다는 사람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저는 예전에...